[국민일보][월드비전 60년 밀알의 기적] (5) 사랑의 도시락

by 김진아 posted Dec 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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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칼바람 뚫고 ‘따뜻한 희망’ 배달

빠르게 성장하던 한국 사회가 1997년 IMF 위기를 맞았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려 애썼지만 가정 해체와 이혼율은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한부모 가정과 조손 가정, 신 빈곤층, 노숙자 등 새로운 보호 대상자를 만들어 냈다.
불안정한 가정과 사회 속에서 방임되는 아이들도 늘어나 1997년 말 1만여명이던 결식아동 수는 1년 만에 무려 13만여명으로 늘어났다. 2000년에는 16만여명에 이르렀다. 배고픔의 고통은 아이들에게 미래를 꿈꿀 여유 대신 하루에 한 끼라도 배불리 먹는 꿈을 갖게 했다.

월드비전은 결식 아이들을 돕기 위해 지부, 복지관을 중심으로 급식비 지원, 방학 중 급식 지원, 반찬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아울러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을 위해 2000년 4월부터 전국적으로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을 열었다.

월드비전을 만나기 전, 유진(가명)이와 오빠, 할머니는 하루 한 끼조차 먹기 힘들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 유진이 할머니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 월 16만원씩 받고 청소 일을 했지만 아이들의 급식비와 월세는 몇 달째 밀려 있었다. 그 와중에 할머니는 무릎 수술과 위 절개 수술까지 해서 바깥출입은 물론 거동조차 힘들었다.

반찬거리를 살 수 있는 넉넉한 돈도, 밥을 지을 수 있는 힘도 없어 끼니를 거르는 게 일상이었던 유진이네 가족은 월드비전에서 매일 배달해 주는 사랑의 도시락이 큰 힘이고 기쁨이다. 반찬 없이 맨밥만 줘도 감사한데 반찬도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사랑의 도시락 배달 봉사자를 만날 때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연거푸 하시는 할머니의 인사에는 손자손녀의 끼니가 해결된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월드비전 사랑의 도시락은 아이들이 한 끼라도 굶을까봐 매달 일정한 금액을 후원하는 후원자들과 아이들에게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주려고 매주 쉬지 않고 봉사하는 봉사자, 그리고 그 도시락을 매일 배달하는 봉사자들의 사랑으로 만들어 진다.

7년 동안 매주 빠짐없이 반찬 만드는 봉사를 해온 분당고등학교 어머니회 박경숙 봉사자는 “도시락 집 봉사는 내가 더 즐겁고 받는 게 많은 봉사”라고 한다. 또한 5년째 매주 배달 봉사를 해 온 한국석유관리위원회 최주혁씨는 “명절 때 도시락이랑 김치가 각 가정에 나간 적이 있어요. 그때 한 할머니께서 마치 제가 드린 것처럼 제 손을 꼭 잡고 매우 좋아하시면서 감사해하셨던 기억이 나요”라고 말했다. 도시락을 받는 가정의 특성상 구불구불한 언덕길과 좁은 골목길을 주로 다녀야 함에도 이들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가져다 드린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2010년 현재 월드비전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은 전국 11개 곳에서 운영 중이며, 동일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해진 사업 원칙을 따른다.

오늘도 월드비전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따뜻하고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고 배달한다. 이 도시락을 먹고 몸과 마음이 단단해진 아이들이 사회의 훌륭한 일군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