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월드비전 60년 밀알의 기적] (7) ‘기아체험24시간’

by 김진아 posted Dec 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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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세계시민으로서 ‘나눔’ 배우는 캠프 역할

시곗바늘을 돌려 60년 전인 1950년으로 돌아가면 한국의 참담한 기아 현장을 만나게 된다. 하루에 한 끼 먹는 것조차 장담하기 어렵던 이 시절. 한국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의 나라였다. 그러나 한국은 전 세계의 원조와 함께 끊임없는 자구 노력으로 현재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 월드비전 창립자 밥 피어스 목사가 말한 것처럼 ‘한국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던 사람들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그려보기 힘들었을 우리의 모습이다.

월드비전의 ‘기아체험 24시간’은 이처럼 세계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세계시민의식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1993년 10월, ‘훼민 24’라는 이름으로 첫 기아체험행사가 시작되어 올해로 18회를 맞았다. 그러나 기아체험의 역사는 1975년 호주에서 시작됐다. 굶주리는 지구촌 어려운 이웃들의 삶을 24시간 동안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그들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처음 시작됐다. 현재는 한국과 미국, 캐나다 등 세계 21개국의 청소년들과 일반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한국 월드비전은 지난 13∼1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1만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24시간 동안 기아를 체험했다. 참가자들은 24시간 동안 음식은 ‘일절’ 먹지 못하고 물도 맘껏 마실 수 없다. 시작과 동시에 아프리카를 비롯해 지구촌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ID를 각각 발급받고 그 아이들로 자신이 변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기아, 가난, 질병, 양성불평등, 전쟁 등 세계 연약한 이들을 향한 마음이라는 그 주제는 변함이 없다.

참가자들은 세계에 존재하는 부의 불균형 문제를 깨닫고 ‘행군하기’ 행사를 통해 물을 얻기 위해 하루에도 두세 시간씩을 걸어 다녀야 하는 아프리카의 식수 문제를 직접 깨닫는다. 젊은 학생들의 감각에 맞춰 기아체험도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참가자들이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유엔을 필두로 국제사회가 호소하는 모자보건, 5세 미만 아동사망률 감소를 함께 외쳤다. G20 서울회의에서 한국이 의제 설정자로 적극적으로 제시한 이 ‘개발의제’를 함께 나눈 것이다.

웃고 울고 하는 사이에 참가자들은 ‘세계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며 세계시민이 돼 간다. 친구와 함께 2010년 기아체험 캠프에 참가한 김혜진(13)양은 “하루만 굶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먹을 것이 부족해서 항상 이렇게 굶어야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아체험은 단지 다른 이를 생각하는 계기만 되는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도 갖는다. 부산에서 온 참가자 이재환(15)군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지 못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기아체험 24시간은 국제사회가 논의하는 문제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일명 훼민 파이터(Famine Fighter)라고 불리는 참여자들은 기아체험이 함께하는 캠페인을 통해 글로벌 이슈에 동참한다.

월드비전 박종삼 회장은 “기아체험을 통해 정기적으로 해외의 어린이들을 후원하게 된 사람만 8만2000여명에 이른다”며 “기아체험을 통해 모금된 후원금들은 국내 결식아동 급식비, 북한의 국수공장 후원비, 씨감자 사업 지원금, 재난 현장의 긴급구호 자금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먹을 것도, 깨끗한 식수도 없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아이로 살아보는 이 24시간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세계를 품게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기아체험을 준비하는 월드비전 전 직원들은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50년 뒤 기아의 땅 아프리카에서도 다른 나라를 돕는 이 같은 ‘기아체험’이 열리게 될 것을 굳게 믿고 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